성소모임

지청원자의 하루

청원기 이야기: 1. 질문하는 사람

작성자
자비의 메르세다리아스 수녀회
작성일
2020-11-26 13:12
조회
62


 

입회해서 모든 것이 새로웠던 나는 참 질문들이 많았다. 원래도 그런 편이긴 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도 없지만 당연한 것도 없어! 하지만 곧 나는 누군가에게 묻기를 멈추었다. 어느 순간 나의 질문들은 누군가가 답해줄 수 있는 그런 질문들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질문들은 기도가 되어 갔다. 모든 질문이 좋은 질문은 아닌 것 같았다. 어떤 질문들은, 그것들이 쭉정이었다면, 얼마안가 스스로 사라져버리고 기억도 나지 않게 된다. 반면, 어떤 질문들은 어떤 시련에도 어떤 혼란에도 살아남아 기도가 되어간다.



그런데, 기도하다보면 알게 되는 신비는, 내가 하느님께 묻고 있는 줄 알았는데 먼저 질문을 던진 쪽은 내가 아니라 하느님이었다는 것이다. 하느님, 간절히 묻사오니 답해주소서, 당신 종이 듣고 있나이다..하던 관계가, 그래, 드디어 네가 나타났구나, 네가 이곳에 도착했어, 그래, 너는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하고 싶어, 네가 정말 원하는 게 뭔 거 같니..? 하는 관계로 완전히 역전되어 버리곤했다.



이사야서 말씀에, 들어라 그러면 너희가 살리라 하셔놓고서는, 왜 자꾸 들으려는 저에게 오히려 듣겠다고 하는 건데요?? 힘들게 이러지 마세요, 그냥 말씀해주시면 안될까요, 답을 주소서, 그대로 따를 준비가 되어 있는데요, 그러니까 그냥 말씀하세요, 이런 사람 찾고 계시다면서요?..ㅠㅠ, 그랬다, 이 과정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황송하게도 하느님이 인간에게 자꾸 듣는다는 것이다. 오늘도 하느님께서는 저 높은 하늘에서 친히 내 안으로 깊이 허리 굽혀 들어오신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나에게 귀기울이신다.



하느님은 왜 오히려 내게 듣고자 하실까? 인간이 무엇이기에, 솔직히 그냥 명령을 하셔도 되는 분이, 왜 오히려 자꾸 들으려 하실까?



나에게 귀기울이시는 하느님은 친절하고 다정하다... 그 정성어린 귀기울임은 내 안의 혼돈에 질서를 주고, 나에게 언어를 주시고 입을 열어주시며, 감동을 주신다. 안심하여라, 내가 너를 만들었다, 너 있는 그대로 내게 오라...이렇게 나를 찾아내고 이끌어내신다.



그러면 어느새 나도 그분의 귀기울임에 그분의 침묵에 귀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다보면 또 어느새 내가 던진 질문에 내 스스로 답이 되어감을 발견한다. 달콤하게 그리고 고달프게, 불 속에서 제련되는 정금과 같이...



(글, 그림: 청원자 송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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