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청원자의 하루
지원기 일곱가지 이야기 : 둘. 성무일도
성무일도.
입회 전 말로만 들었던 이 기도는 막상 해보니 따라가기도 무척 힘들었다. 현대 국어 생활에서는 결코 쓰지 않는 옛된 표현들이 많아 흡사 구한말 창가 같기도 했고, 구조도 복잡했다. 소성무일도가 이러할진데, 전례시기마다 구분된 몇 권짜리 성무일도는 또 얼마나 어려울까?
그런데 적어도 지금, 성무일도는 나로 하여금 '기도의 언어'에 새롭게 눈뜨게 해주었다. 첫째, 시편에 대한 존경을 갖게 되었다. 정말 쫌 대단하다. 둘째, 시편 외에도 '와~ 어쩜 이런 표현을 할 수가!!' 라고 경탄하게 하는 기도 문구들이 있다. 예를 들면, 성무일도 책 가장 마지막에 배치된 위령성무일도 저녁 편의 제일 마지막 청원기도문. 활자 깊숙한 곳에서 흘러나오는 힘과 광활함에 전율했다. 하느님은 분명히 계셔, 분명히 계셔, 이건 인간의 언어이긴 한데 인간의 언어가 아닌 언어들.
단지 표현의 문제가 아니다. 건네는 말의 깊이, 건네는 말의 진실함, 어쩌면 평범해보이나 비범하고 일상적이어보이나 궤도를 벗어난 별들과 같다. 너는 그 귀함을 알아 성실히 임할지어다.
(글,그림 : 청원자 송루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