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모임

지청원자의 하루

지원기 일곱가지 이야기 : 하나, 마당쓸기

작성자
자비의 메르세다리아스 수녀회
작성일
2020-11-09 15:35
조회
65


 

마당쓸기는 수녀원에서 하게되는 노동의 기본이다, 잡초뽑기와 함께. 요즘 도시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마당쓸기는 녹록찮은 육체 노동이지만, 수도자가 되겠다고 다짐을 했을 땐, 기본 옵션으로 마음의 각오를 한 바였다. 게다가, 성인성녀전을 읽다보면, 그들이 말하는 단순한 노동이 주는 유익함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말이다!!

그런데, 마당쓸기 첫 경험은 참혹했다, 하고 나면 며칠 동안 괴롭히는 두통과 구토, 근육통 등 육체적 고통이 끔찍했기 때문에. 오..이건 뭐지? @.@ 다음 마당쓸기가 너무너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비를 좋아하던 내가 나뭇잎을 떨군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비가 너무나 싫어졌다. 잎이란 것을 달고 있기에 나무가 미워졌고, 텍사스 전기톱을 빌려다가 수녀원 나무들을 다 베어버리고 싶어졌다. 그랬다, 이렇게 마당쓸기란 노동은 자기 중심적이고 폭력적인 나의 성향을 여지 없이 수면 위로 떠올리며, 정화의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죽을동 살동 악을 토해내며, 덕스러운 마음이란 한톨도 없이, 두번, 세번..정도 했을 때였나 보다. 동작이 익숙해지고, 전에 못느끼던 싸리 빗자루, 낙엽, 바닥의 질감이 느껴지고, 이들이 부딪혀 내는 사각사각 소리가 리듬을 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보다. 하느님께서 불쌍한 한 인간을 기억해주셨다 여길 밖에.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바둥거리는 것도 기도로 여겨주셨달 밖에.

고요했다. 싸리빗자루의 사각거리는 소리만이 창공에 가득했던 오후. 태양이 구름을 유난히도 넘나들어 마당에 구름 그림자가 마구 일렁이던 어느 날이었지, 아마. 그 날 나는 마음 한 가운데서 솟구치는, 까닭없는 평화와 기쁨을 느꼈다. 그 순간부터 마당쓸기는 나에게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그리운 시간이 되어버렸다.

(글: 청원자 송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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