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모임

지청원자의 하루

지원기 일곱가지 이야기 : 넷. 첫번째 사도직

작성자
자비의 메르세다리아스 수녀회
작성일
2020-11-09 15:47
조회
64

'첫번째 사도직'이란 말. 지원기 동안 나를 가르쳐준 어떤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수도자들의 첫번째 사도직은 공동생활이니라...이것이 무너지면 다른 외부활동 사도직이 다 허사이니라...알겠느냐?..."

중요하고 귀한 것은 얻기 어려운 법.

입회한 후 처음 한 달,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함께 사는 것 자체였다. 오래 혼자 살며 형성된 생활패턴을 함께 살아가는 모드로 전환해가는 일은 상당한 에너지를 요했다.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에도 매뉴얼과 명확한 규칙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런게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는 피상적이던 관계가 점점 서로 밀착되면서 관계에서 오는 힘겨움이 컸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잊을만하면 도전이 찾아왔다. 어떨 땐 참 든든하고 좋다가 어떨 땐 너무너무 싫었다. 그러면서 배운 것은, 참으로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능력'이란 것이다.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려웠다. 사람보다는 규칙과 당위로 살고 싶어지고, 그냥 적응해 버릴까 싶은 비겁함, 마음에 맞는 사람을 찾아 좀 편하게 살고 싶은 욕망 등등, 마음을 쓰는 일에는 참 익숙하지 않은 나를 발견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깊이 알아가고 어떤 경우에도 진심으로 대하며 문제를 용기 있게 직면하고 되갚거나 사람을 포기하지 않고 먼저 자신을 바라보며 대신 용서하며 살아가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나에게 공동생활은 사막으로 광야로 계속 나아가는 것과 같았다. 다른 것보다, 그곳에는 익숙한 길이 없어서 말이다. 길을 새롭게 만들면서 가야했다. 물론 내 마음에 익숙한 길은 있지만, 하느님은 그리로 이끄시지 않았고, 나 역시 나에게 익숙한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원했다.

산다...함께 산다...

아직도 진행 중이다. 죽을 때까지 하게 될, 나의 첫번째 사도직은 이제 겨우 첫 걸음을 뗐다.

(글,그림 : 송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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