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청원자의 하루
지원기 일곱가지 이야기 : 셋. 나의 입회동기, 코로나19
나는 코로나19와 함께 입회했다. 내 육체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아니지만, 입회와 입회 이후 모든 양성 과정은 코로나19에 감염되어 버렸다.
입회하자마자 양성을 시작하기 위해 필리핀으로 떠나려던 것이 막혔다. 대안으로 한국에서 진행된 양성 프로그램들 역시 곧잘 정부 방역 정책을 따르느라 뚝뚝 끊어지곤 했다. 3월 꽃샘추위에 입회하여 여름 지나 가을로 이제 겨울, 그리고 아마 내년 봄까지, 그리고 더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나는 가만 앉아 코로나19에 대해 어떻게 하느님께 기도해야할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기도 중에 가만가만 혹은 때로 화를 내며 시간을 보낸 후 나는 코로나19가 하느님이 창조한 생명의 하나라는 것을 발견했다. 내 계획, 내 삶을 방해한다고, 인간 사회를 교란한다고 미워하거나 두려워할 대상이기보다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공존의 지점을 찾아 함께 살아가야할 생명, 거대한 생태계의 일부였다.
많은 세계적 석학들, 연구소들이 코로나19 이후의 삶에 대해서 예측하고 논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의도치 않게 결코 그냥은 움직이거나 그냥은 멈추지 않는, 사회적 합의로는 넘어설 수 없던 여러 사회경제적 제도들을 변화시켜 가고 있었다. 코로나19가 그리고 있는 급격한 변곡점을 타고 자연도, 사회도, 개인도 다시 흘러가고 있다...
내 어찌 하느님의 뜻을 알랴. 그러나 하느님의 섭리가 이 모든 것을 결국 선으로 이끌어가실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모든 것에 다 이유가 있겠지..다 알 수도 없고 다 알고 싶지도 않다. 하나 분명한 것은, 코로나19는 나의 많은 욕심을 보여주었고 내려놓게 했다는 것이다.
밉기도 하고 곱기도 하다, 나의 입회 동기, 코로나19.
그리고 수녀님들한테 더 이상 입회동기 없다고 투덜대지 않겠다.
(글,그림 : 청원자 송루시아)